풋풋한 설렘, 감성영화 "4월 이야기" 리뷰 (결말 포함)

4월이야기

새로운 계절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인연의 시작.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4월 이야기(1998)"는 그 모든 '시작'을 조용히,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그려낸 64분의 작은 영화입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4월, 도쿄로 상경한 한 소녀의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캠퍼스 청춘 로맨스가 아닙니다. 결말까지 모두 포함된 스포일러 리뷰이니,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 글을 읽기 전 잠시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그 속의 설렘

4월이야기

영화는 홋카이도의 한 시골 마을,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는 4월. 주인공 우즈키(마츠 다카코)가 가족의 배웅을 받으며 도쿄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도쿄 무사시노 대학에 입학하게 된 우즈키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친구도 사귀고, 수업도 듣고, 캠퍼스를 누비며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입니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설레고 낯선 것. 우즈키는 그 낯섦마저도 사랑스러운 듯, 조심스럽지만 당차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진짜 이유, 사랑이라는 이름의 시작

4월이야기

하지만 영화가 정말 말하고자 하는 '시작'은 따로 있습니다. 우즈키가 홋카이도를 떠나 도쿄로 오게 된 진짜 이유는 단순한 진학이 아닌, 짝사랑하는 선배 '야마자키'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고등학생 시절, 밴드 활동 중 기타를 치던 선배의 모습에 반해 버린 우즈키. 졸업 후에도 잊지 못했던 마음은 그녀를 무사시노 대학으로 향하게 했고, 우즈키는 선배가 자주 가는 서점 '산책자' 주변을 맴돌며 그를 다시 만나길 기다립니다.

조용히 물들어가는 마음

4월이야기

영화는 일방적인 짝사랑의 설렘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우즈키는 선배에게 말을 걸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첫 대화는 마치 서점에서 책을 고르듯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비 오는 날, 선배에게 빌린 빨간 우산. 돌려주겠다는 약속. 젖은 머리로 우산을 받으며 웃는 우즈키의 마지막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입니다.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려는' 그 시점에서 끝난다

4월이야기

보통의 영화처럼 갈등, 전개, 클라이맥스, 결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4월 이야기"는 오히려 이제 막 인연이 시작되려는 그 순간, 가장 설레는 찰나에 이야기를 멈추며 관객에게 그 이후의 서사를 상상하게 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왜 끝났지?"라고 당황하기도 했지만, 저는 이 결말이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동화이고, 기억이고, 봄날의 환상입니다. 그 이후의 현실이 들어오면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라 흔한 캠퍼스 로맨스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설렘과 낯섦, 동시에 담아낸 봄날의 정서

4월이야기

영화 곳곳에는 시작의 설렘과 낯섦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사 인사를 나누러 간 이웃집 여성의 무뚝뚝한 태도, 영화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상한 사람과의 불쾌한 조우,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어색한 첫 만남.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은 우즈키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 나가는 성장의 일부로서, 그 조용한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영화적인 완성도 – 동화 같은 영상미와 음악

감독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에서 영상의 따뜻한 톤, 잔잔한 음악, 정적인 카메라 워크를 통해 현실과는 조금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장면은 현실적인 사건이 없고,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 캠퍼스를 걷는 모습, 자전거 타는 골목 등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 가까운 풍경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젊은 날, 첫사랑, 새로운 시작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되죠.

결론: 영화 "4월 이야기"는 '시작'에 대한 가장 순수한 기록

4월이야기

"4월 이야기"는 특별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없이도 한 사람의 시작을, 설렘을, 그 안의 사랑을 진심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러닝타임이 64분으로 짧기 때문에 금세 끝나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는 그 ‘시작’의 순간을 영원처럼 간직하게 만들어줍니다.

새 학기, 새로운 환경, 새로운 인연을 맞이한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분명 큰 위로와 공감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어떤 ‘시작’ 앞에 서 있다면 이 영화와 함께 그 시작을 더 아름답게 기억해보세요.
이영화는 4월23일  재개봉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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